여행후기/동영상 |
푸른 숲의 아오모리
오이라세 계류로 이동하는 길. 가는 길 자체도 숲이다.
아오모리(靑森).
푸를 청(靑)의 ‘아오이’와 빽빽한 숲을 뜻하는 ‘모리(森)’가 합쳐진 이곳은, 지명 그대로 푸른 숲을 닮았다.
인천에서 2시간 30분 남짓한 짧은 비행시간. 소박한 공항에 도착하니 평년기온을 웃도는 날씨였다.
작년보다 3~4도 높아 24도.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쾌적했다.
아오모리 시내와 주변에 멋진 곳도 많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딱 한 곳이다.
오이라세 계류로 가는 길은 ‘푸른 빛’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도로는 굽이굽이 돌아가고, 해발이 다소 높아져서인지 귀가 멍해졌다. 머물게 될 ‘호시노 리조트 오이라세계류 호텔’은 4층으로 아담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서관, 동관으로 이어져 있어 꽤 널찍했다. 또 문만 열고 나가면 오이라세 계류여서 언제든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선정한 천연기념물의 클라스! 오이라세 계류다. /셔터스톡
주변 공기도 좋고 오이라세 계류를 걷는 동안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스태프로 손님과 동행하기에 걸음을 잘 못 걷는 일행과 함께 맨 뒤에서 천천히 걷다보니 나름 더 좋았다.
리조트 앞만 나가도 계류지만 리조트에서는 투숙객의 편의를 위해 상류를 산책할 수 있도록 셔틀을 운행하고 있었다. 리조트에서 주는 한국어 지도를 준비하고,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셔틀 시간만 잘 체크 하여 움직인다면 전혀 무리가 없이 나만의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단, 산책 구간은 전화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유의하자. 더군다나 산책길은 일직선 코스라 방향만 잘 잡아도 길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오이라세 계류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다양한 폭포를 만나게 된다. 힘차게 흐르는 폭포는 가슴까지 시원하게 적셔준다./셔터스톡
식사는 리조트에 있는 린고키친. 말 그대로 사과부엌에서 했다. 사과로 유명한 아오모리인 만큼 뷔페 레스토랑에서 각자 저녁을 즐길 수 있다. 일본여행을 오면 특히 온천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의 경우 석식을 가이세키로 생각 하고 오겠지만 이번 일정에서는 뷔페식이 많았다. 단체가 쭉 마주보고 앉아서 식사를 하는 부담이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부부끼리 가족끼리 편안하게 식사했다.
오이라세계류 호텔에서의 온천욕은 관내에도 잘 되어있지만 셔틀을 타고 가서 즐길 수 있는 노천온천도 있었다. 가장 마지막 셔틀을 이용하면 여자만 이용하는 타임을 노려볼 수 있다.
도착해서 보니 이 노천온천이 기막혔다. 깜깜한 밤인데, 귀에는 폭포소리가 우렁찼다. 분명 낮이라면, 흘러내리는 폭포가 가까이서 보일 듯했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떴다.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니 이게 신선놀이였다. 제대로 피로를 풀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 시간에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 혼자 온천탕을 전세낸 기분이었다.
링코 키친의 조식(좌)은 사과 팬케이크와 눈 앞에서 바로 짜주는 사과주스를 꼭 먹어야한다. 호시노 리조트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노천온천의 모습(우).
2일째 아침은 푸른 정원을 보며, 여유있게 사과쥬스 한잔과 핫케익을 먹으면서 여유를 즐 길 수 있다. 10시 30분에 출발 하는 신아오모리역까지 가는 차량을 이용한다는 것만 염두 한다면 그 전까지의 시간 활용은 자기 몫.
나는 과감히 셔틀을 이용하여 아침 계류 산책을 선택했다. 대신 온천욕은 패스. 아쉬웠지만, 어제 가보지 못한 숲은 더 싱그럽고 시원했다. 세상 처음 들어본 새소리와 물소리가 발을 붙들었지만, 손님들과의 미팅 시간 전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호텔로 이동했다. 다음에 여행오게 되면, 마음껏 실컷, 발길 닿는 대로 숲을 이리저리 헤매어보리라. 다짐한다.
홋카이도 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처음 풍경(좌).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던 하치만자카 거리(우). /하코다테 라이브러리, 셔터스톡 제공
아오모리의 짧은 여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 신간선은 역시 칼 같이 정해진 시간에 출발했다. 점심시간에 딱 맞추어서 에키밴을 준비해 먹었다. 호타테(가라비)덮밥 도시락은 먹기에 부담없었다. 기차에서 도시락이라니!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가 도시락을 까먹는 느낌을 받았다. 손님들도 얼굴에 만연의 미소를 띠었다. 마치 소년소녀시절로 돌아간 생생한 점심시간이었다.
해저를 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할 겨를 도 없이 정확하게 1시간 1분 후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손님 역시 정말 바다 속을 우리가 지나온건지 어리둥절해 했다. 아오모리에서 쓰가루해협을 가로질러 홋카이도를 기차로 연결한다? 이런 구상에서 완공까지 40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니 이도 참 대단하다.
훌쩍 홋카이도에 도착.
하코다테 항이 가깝기 떄문에 베이에리어 산책을 하고 티 타임을 하는 시간도 갖고 모토마치를 걸었다.
오늘 묵을 호텔에 짐을 풀었다. 룸은 다다미가 깔린 화실룸이고 방 사이즈가 생각보다 널찍해 답답하지 않았다. 온천탕은 가장 위에 있어서 빼꼼이 바다를 내려다 볼 수도 있었다. 확인한 바로는 오늘 일몰이 7시 8분이란다. 그 이후 하코다테를 가서 야경을 보는게 좋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 하고 이동 하기 때문일까.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서 줄을 정말 오래~오래 서야했다. 그래도 누구도 투덜거리는 사람없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 아주 짧은 탑승시간이 야속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하코다테 산에 도착했다.
하코다테 산에서 바라본 하코다테의 야경. 별들이 고스란히 내려와 박혀있는 듯했다. 항구로 들어오는 배의 불빛까지 완벽했다./하코다테 라이브러리.
역시! 일본 3대야경이라더니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촌스럽게 와와~하지 말아야지 했지만, 어리석은 다짐이었다. 여기저기 난간에 달라붙어 사진으로 담으려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야경의 감동을 안고 다시 꾸역꾸역 줄을 서서 로프웨이로 내려왔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9시정도. 이 곳 온천은 첫 날과 마지막 날에 비하면 크기는 다소 작은 축에 속했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던가. 노천탕은 칼슘 온천이라 붉은 빛이 돌았다. 몸을 담그니 매끈매끈 피부가 좋아한다.
오오누마 국정공원(좌)과 일본에 있는 전체 호수 가운데 가장 청정하다고 꼽힌 시코츠 호수(우).
미세먼지가 전혀 없는 청정 하늘과 호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오오누마관광연맹, 셔터스톡 제공
삼일째는 이번 여행 중 이동 거리가 가장 많은 날이다. 오오누마국정공원까지는 1시간 이동하지만 다시 도야까지 2시간 가야한다. 때문에 오전 8시 30분에 다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오오누마'에서 '오오'는 큰, '누마'는 늪이란 뜻. 말 그대로 '큰 늪'이라는 이름이다. 직접 보니 이렇게 큰 늪이 있나 싶을 정도다. 호수보다는 수심이 낮다는 거겠지 하면서, 호수 산책을 아니, 늪 산책을 했다. 역시 홋카이도여서 그런지 서늘했다.
이동 중에 ‘미치노에키’라는 우리나라로 친다면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 들렀다. 우리나라 휴게소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본에는 ‘미치노에키’만 둘러보는 투어를 JTB 에서 만들었을 정도로 재미있는 곳이다. 각 지역의 특산품을 만나 볼 수도 있다.
도야 도착 후 바로 호수 조망이 가능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꼭 맛봐야할 지역 맥주도 마시고, 도야 관광을 하고 나서 숙소로 이동했다. 차장으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비를 맞으며 노천 온천을 할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두근이다.
이번 여행의 대단원을 장식할 마지막 숙소는 '미도리노카제 기타유자와'. 그대로 해석하면, 기타유자와라는 곳에 있는 '녹색의 바람'이다. 숙소 한 번 운치있다. 녹색의 바람을 느껴보려면, 잠을 좀 줄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늦은 밤 온천욕을 하면서 녹음 속에서 새벽 바람을 맞는 그 순간!!!!! 더 말해 무엇하랴.
호텔에서 안내 받기로는 아침 저녁으로 남녀 온천탕이 바뀐다고 한다. 또 온천이 너무(?) 넓어 산책도 가능할 정도다. 150평짜리 온천! 어마어마하다. 북해도에서 제일 넓은 거 같고, 일본에서도 규모로는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온천 하는 사진을 찍을 수는 없고... 설명을 하자면, 탁 트인 숲에 온천이 여기저기 있는데, 온통 원시림에 둘러싸여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깊은 산 속 선녀탕쯤? ^^;;;; 표현이 저렴할 수 있지만,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온천욕을 할 수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밤하늘 별달 조명아래서 온천욕을 즐기는 맛은 일품이다. 부지런하다면, 새벽에 하는 온천욕도 추천한다!
미도리노카제와 숙소의 조식. 창으로 숲을 바라보면서 건강한 아침을 먹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번 여행은 스태프로 손님과 같이 투어를 하면서 느낀 게 많았다. 50~80대 손님은 걷는 속도도 다르고 여행을 즐기는 마음도 다 달랐다. 또 젊은 나와도 달랐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 세심한 관심을 받고 싶어하셨다. 어느 한쪽에만 맞출 수는 없겠지만 스태프가 동행해 세세한 서비스를 해드리는 게 우리만의 특징이다.
한 어르신이 여행 말미에 이런 얘기를 했다.
‘예전에는 어디를 갔고 이름을 하나 하나 수첩에 적어가면서 적고 사진 찍고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가서 보고 내 마음이 편하고 좋으면 되는 거 같아’라고 하셨던 말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나도 나이가 저만큼 된다면, 저런 이야기가 절로 나오겠지. 관광이 아니라 마음이 편한 것을 찾아 가는 여행. 그걸 찾아가야 겠다.
미도리노카제와 숙소 앞을 흐르던 강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