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동영상 |
4~5월 제주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갯무꽃은 연한 자주빛으로 수줍게 핀다.
헬스조선 비타투어 ‘제주올레 완주 걷기’ 참가자 생생 후기
갯무꽃 흐드러진 4월 제주올레
아침에 눈을 뜨면 스트레칭으로 잠을 깨고 기도 후에 신문을 펼친다. 헬스조선에 제주 올레길 완주 트레킹 기사가 올라 왔다. 제주도를 걸어서 완주 해보고 싶은 생각을 골똘히 하던 차에 헬스조선 프로그램에 눈이 번쩍 띄었다. 제주도를 26개 코스(425km)로 구분하고, 5주로 나누어서 올레길 걷기에 가장 좋은 4월에 완주를 시작하는 계획이었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고, 꽃이 만발한 2차 프로그램에 다녀오기로 했다. 동생에게 전화해서 함께 걷기로 약속하고 4월 8일부터 4월 11일까지 2차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제주 올레는 제주도를 걸어서 여행하는 장거리 도보 여행길이다. 끊어진 길을 잇고 잊힌 길을 찾고 사라진 길을 불러내서, 길을 걷는 사람이 행복하게,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는 긴 길, 제주 올레길이 생겨났다. 올레의 풍광을 ‘놀멍(놀며)’ ‘쉬멍(쉬면서)’ ‘걸으멍(걸으면서)’ ‘고치 가는 길(같이 가는 길)’을 걸으며, 여유롭게 즐기기를 비는 마음에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차를 타는 여행이 점의 여행이라면, 올레트래킹은 그 점을 이어가는 긴 선의 여행이다. 구석구석의 속내와 멋을 찾아내고 알갱이를 씹어서 참 맛을 음미하듯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올레길은 귀한 보물과 같다.
2차 올레 프로그램은 5~8코스를 걷는다. 첫날 제주공항에 도착하고 전용차량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11시30분에 먹는다. 점심은 성게 미역국인데 옥동자를 낳은 산모 미역국처럼 커다란 그릇에 가득 담겨져 있었다. 이걸 어찌 다 먹을까 부담이 되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음을 곧 바로 알게 되었다. 맛이 좋아 한 그릇을 후딱 다 먹고 나니 속이 편하고 후련하였다. 아침식사가 시원찮았을 올레객들을 배려한 선택이었음을 듣고 나니 기분이 한결 좋았다. 올레길을 내딛는 발걸음이 상쾌하고 가뿐하다.
올레 5코스(1일차) : 남원포구~쇠소깍다리
(약 13.4km, 4~5시간 소요)
남원 큰엉해안경승지 산책로를 걷는 중. 고개만 돌리면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이 바다를 집어삼킬 듯
맞서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미리의 동백나무군락지를 걷다보면 행여나 꽃을 밟을까 바닥만 보게 된다.
남원포구에서 시작해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인 큰엉(바닷가나 절벽에 뚫린 바위그늘) 경승지 산책로를 지나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바당(바다), 해안, 마을올레 길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길은 바다와 나란히 이어지고, 기암절벽이 성곽처럼 둘러 서 있는 큰엉 경승지 산책로로 이어진다.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에게해보다 더 푸르고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다. 마을의 울타리와 감귤 밭 방풍림은 키 큰 동백나무로 되어 있고, 돌담너머로 마을길 가득 토종 동백나무들이 울창하게 서 있어, 강렬한 붉은 동백꽃잔치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현맹춘 할머니가 근근이 모은 돈 36냥으로 한라산 자생 동백나무 씨앗 한 섬을 사다가 이곳에 뿌려 울창한 동백숲을 만들어 옥토가 되었다고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절경을 만들어 내는 쇠소깍에 도착한다.
올레 8코스(2일차) : 월평 아왜낭목쉼터~대평포구
(약 19.8km, 6시간 30분 소요)
중문관광단지 베릿내오름(성천봉)에서 내려가는 길 끝에는 제주 바다가 걸리었다.
육각형 돌기둥이 겹겹이 쌓여 솟아있는 중문 대포동 주상절리 사이로 파도가 부서지고 있다.
8코스는 걷는 길이 길고 공항과 거리가 멀어서 둘째 날에 걷는다. 아왜낭목에서 바다와 나란한 방향으로 귤 밭을 따라 걷다 보면 약천사에 이른다. 약천사에서 마을과 밭길을 지나면 대포포구에 이르고, 포구를 돌아 나와 마을길로 감귤 밭을 지나면 중문단지 축구장이 나온다. 길에서 축구장의 초록 잔디 너머로 바다와 하늘이 아스라이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중문관광로를 따라 걸으면 베릿내오름이다. 오름의 천제연 계곡 양 옆으로 울창하게 천연기념물인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오음을 오르는 길은 힘은 들었지만 목재난간과 계단이 정상까지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안전하였다.
고요하고 울창한 깊은 숲속을 걷는 나는 거대한 자연속의 작은 새 한 마리 같이 작은 존재 일뿐이라는 느낌이다. 오름 정상에서 길을 따라 가면 천제연폭포 산책로와 만나고, 중문 색달해수욕장의 백사장을 지나 예래 생태마을로 들어간다. 얼리길을 거쳐 하예포구를 지나면 예래길에 이른다. 왼쪽으로 바다를 두고 오른쪽으로는 밭인데 노란 유채꽃과 연하고 진한 보라색이 섞인 갯무꽃(4월에 제주 바닷가에서 자라는 들꽃, 제주 야생화)이 무리지어 피어 있어 아름답고 평화스럽다. 처음 대하는 갯무꽃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빠져있는 사이에,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맑은 물이 솟아나는 박수기정이 있는 대명포구에 이른다.
올레 7코스(3일차) : 서귀포여행자센터~월평 아왜낭목쉼터
(약 17.6km, 7시간 소요)
7코스 중 외돌개 인근의 돔베낭길은 데크를 깔아 걷기 쉽고, 풍경도 일품이다.
센터에서 출발하여 삼매봉으로 향한다. 나지막한 삼매봉에서는 오름으로 서귀포 앞바다의 네 섬인 범섬, 문섬, 세섬, 섭섬 그리고 서쪽으로 마라도와 가파도까지 한눈에 보인다. 삼매봉 앞바다에는 외돌개 바위가 외롭게 홀로 서 있다. 길은 속골과 공물해안을 지나 법환포구로 이어진다. 법환 마을은 소라, 전복, 해삼이 제주에서 제일 많이 나고, 실습장을 갖춘 해녀들을 가르치는 교육관이 있다. 두머니물을 지나 서건도까지 험한 바위밭길은 아름다운 바닷길 일강정 바당올레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올레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연생태 길이다. 험하디 험한 바위 밭은 고만고만한 돌들이 검은 융단처럼 깔린 아름다운 길로 변신 하였다. 손으로 돌을 하나하나 고르고 옮긴 감동이 가득한 길이다.
올레 6코스(4일차) : 쇠소깍다리~여행자센터
(약 11.6km, 4시간 소요)
6코스의 소정방폭포로 가는 솔숲 오솔길. 솔향이 그윽하고 고즈넉해 사색에 빠지기 좋았다.
이중섭의 네 식구가 머물렀다는 제주 전통초가집 마당에 앉아보았다.
쇠소깍 산책로를 시작으로 소금막이 있었다는 검은 모래 해변과 방파제가 길게 뻗은 하효항까지 해안로를 걷는다. 보목마을 입구에 제지기 오름이 있고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이는 섭섬과 보목포구는 자리 돔으로 유명하다. 길가에서는 쉰 다리(감주 비슷한 제주식 음료)를 판다. 포구마을을 지나면 아늑하고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해안로를 따라 구두미포구를 지나면 다시 바닷길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화가 이중섭이 6.25전쟁 피난 시절 네 식구가 한 평짜리 방에서 지냈으나 가장 행복했었노라고 말한 집을 구경하고, 서귀포시장을 지나 여행자센터 앞에 도착하면 올레가 마무리 된다.
여정에 없던 수목원에 들렸다. 항공이 연발되자 헬스조선 비타투어 스태프의 순발력 있는 결정으로 올레객을 위한 배려였다. 쭉쭉 뻗어 올라간 울창한 쑥대난(삼나무) 숲에 들어서니 피톤치드의 상쾌함이 나흘간의 힘들었던 걷기와 강한 바람에 지친 피로를 풀어 주었다.
헬스조선 인솔자 김주호 과장과 제주 현지 담당자 기현범 씨, 해설자 제주올레인 김 선생님…. 올레 트래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발가락의 물집들을 따주며, 참가자 한 명 한명의 컨디션을 살펴 안전하게 지켜주고, 길이 어긋난 사람을 찾아 흘린 굵은 땀방울에 감사한다. 식사마다 세심한 배려와 쏟은 정성에도 감사한다. 평범한 제주 주부들이 직접 만들어 대접해 준 제주정식은 신선하고 따뜻했다.
폭삭 속았수다(수고 많으셨습니다).”
※ 글을 쓴 수필가 한인자는 국내 대표 격월간 수필지 ‘에세이스트’의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영서수필문학회 회원으로, 서울교대 평생교육원 ‘내 글로 책 쓰는 비결’을 수료했다. 살아온 경험과 잠재된 마음에너지를 수필로 써내려가며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