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동영상 |
1. 페루여행
2016.2.25(목)
우리나라에서 지구 정반대쪽에 위치한 남미대륙을 더 늙기 전에 여행해보자는 생각에 헬스조선 비타투어에서 주최하는 “꽃중년 남미정복”(2.25-3.29)에 참가하였다. 오후3시 인천공항을 출발한 A380은 약 10시간을 비행하여 LA공항에 도착하였다.
입국장에는 여행객들로 초만원인데다 최근 미국의 대테러경계가 강화된 탓인지 입국심사를 마치는데 1시간30분이나 소요되었다. 마치 9.11사태 발생 후 미국공항의 경계태세가 강화되었던 당시를 회상케 한다.
우리일행은 LA공항에서 LA601로 비행기를 갈아타고 8시간10분을 비행하여 현지시각 2.26 00:08 리마공항에 도착하였다. LA공항에 비해 한가한 리마공항은 상대적으로 쾌적한 분위기이다. 현지 여행가이드인 송선생의 안내로 버스에 올라 ATTON SAN ISIDRO 호텔에 도착하니 새벽2시이다. 약20시간 비행한 덕분에 샤워를 한 후 곧장 잠에 떨어졌다.
2.26(금)
아침에 눈을 뜨니 오전9시이다. 호텔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식사를 한 후 오전11시 리마의 해안가인 COSTA VERDE로 향하였다. COSTA VERDE는 옛날 바다 밑바닥이 융기하여 절벽을 이루었기 때문에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는 상태이다. 리마해변은 바닷물의 온도가 차가운 훔볼트해류가 흐르고 있는데, 이것이 리마해변의 사막기후를 형성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RAFAEL LAREO HERRERA 박물관에 도착하였다. 페루 북부해안의 부족국가였던 CHIMU의 전시유물을 둘러보면서 혀를 내두르게 된다. 금, 은 등 각종 금속세공품은 물론 질그릇에 이르기까지 그 섬세한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할 지경이다. 잉카제국이 페루를 통합하기 전에는 서부해안을 따라 북부, 중부, 남부지역의 여러 부족국가들이 나름대로 특유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었다. 박물관 앞 정원에는 각양각색의 부켄벨리아 꽃이 만발하여 박물관의 정취를 한껏 북돋운다.
점심식사는 COSTA VERDE 식당에서 세비체와 열대과일로 식사를 한 후 리마의 구시가지로 향하였다. 교통체증이 극심한 도로를 통과하여 산마르틴장군 동상이 있는 광장을 지나 ARMAS 광장에 도착하였다.
ARMAS 광장은 대성당과 대통령궁에 둘러싸인 리마시의 중심지이다. 100년에 걸쳐 건축한 대성당으로 들어가니 페루를 정복한 피사로의 무덤이 있다. 피사로는 페루를 정복하였지만, 자신도 결국에는 칼을 맞고 죽은 비운의 인물이다. 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니 빈민들의 거주지역인 산크리스토발 언덕위에 대형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가난한 자들의 힘든 생활을 보듬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상기시키는 조형물이다.
골목길을 따라 SAN FRANCISCO DE ASIS 성당으로 향하였다. 성당으로 향하는 길거리 우편에 남루한 차림의 페루 원주민처녀가 페루 민속주인 치차꼴라다와 치차블랑까를 팔고 있다. 치차꼴라다는 보라색 옥수수로 빚은 것이고, 치차블랑까는 흰 옥수수로 빚었기 때문에 각각 보라색과 흰색을 띄고 있다.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사람들이 건축한 SAN FRANCISCO ASIS 성당은 코발트염료를 사용하여 만든 청색의 타일로 벽을 장식하였으며, 천장도 이슬람양식을 원용하였다. 지하무덤인 카타쿰바로 들어가니 페루지진 희생자들의 뼈를 모아둔 채로 전시하고 있다.
저녁식사는 아리랑한식당에서 육개장을 먹었더니 얼큰하고 땀이 나면서 생기가 돈다. 내일은 NAZCA로 떠나야하기 때문에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챙긴 후 잠자리에 들었다.
2.27(토)
아침6시 기상하여 짐을 가지고 호텔로비로 내려가 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였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호텔식당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리마를 출발하는 CRUZ DEL SUR 관광버스에 탑승하였다. 이 대형버스는 1층은 누워서 갈 수 있는 편한 의자들인 반면, 2층은 뒤로 젖힐 수도 없는 의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버스가 남미대륙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는 1번 국도를 따라 내려간다. 페루 서부일대가 완전 사막기후임을 알 수 있다. 리마를 출발한지 4시간이 지나 PARACAS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일부 승객들이 승하차한 후, ICA를 경유하여 NAZCA에 도착하였다. 총8시간30분이나 걸려 도착해보니 NAZCA라는 마을은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소박한 시골마을이었다.
CASA ANDINA호텔에 짐을 풀고, 마을 구경에 나섰다. 마을 중심부인 ARMAS광장으로 갔다. 성당입구에는 마침 결혼식을 거행하는 신랑신부가 말쑥하게 차려입고 대기 중이다. 광장의 알아까시아 나무에 가득 피어있는 짙은 주홍색의 꽃들이 신랑신부의 결혼을 축하하는 듯하다.
오후 6시가 되어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식사는 일행을 3개조로 나누어 각조별로 나누어서 호텔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이곳 식당들이 워낙 규모가 작아 식사인원을 소규모화 하기로 한 것이다. 8명의 우리 조는 호텔에서 소개해준 LA ENCANTADA로 이동하여 소고기꼬치구이와 샐러드 그리고 이곳의 민속주인 PISCO를 즐기며 오늘의 여정을 자축하였다.
2.28(일)
아침6시에 기상하여 NAZCA공항으로 향발하였다. NAZCA마을의 규모에 비해 비행장은 제법 큰 편이다. 우리 일행은 3개조로 나누어 각각 6인승 쎄스나 경비행기에 탑승하였다. 비행기가 이륙하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흔들림도 별로 없이 쾌적한 상태이다. 조종사는 약300미터의 고도를 유지하면서 좌우로 비행기의 동체를 기울여 승객들이 지면을 잘 살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조종사 옆에 앉은 부조종사가 탑승자들에게 원숭이, 고래, 우주인, 개, 독수리, 벌새, 거미, 소나무 등 각종 지상화를 설명해준다. 황량한 들판에 이와 같이 거대한 지상화를 그려낸 이유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NAZCA문화는 BC200년-AD600년에 걸쳐 페루 중서부에 꽃피웠던 문화로써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독특한 문화이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한 후 오전10시 ICA를 향해 출발하였다. ICA로 가는 도중 CHANCHILLA 무덤에 잠시 들렀다. 이곳에는 앉은 자세로 묻힌 미이라들이 다수 발굴되었는데, NAZCA지역에는 머리를 잘라내어 신에게 바치는 인신공양의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CHANCHILLA를 벗어나 잠시 후 국도 좌측에 세워진 철제망루에 올랐다. 망루3층에서는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타고 보았던 지상화 중 고래모양을 비롯한 일부 지상화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다시 ICA로 향하다가 NAZCA지역의 지상화 연구와 보존에 전 생애를 바친 독일인 MARIA REICHE박사(1903-1998) 박물관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MARIA REICHE박사가 살면서 지상화 연구에 헌신하였던 거주지이자, 그녀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5:30 ICA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식사를 한 후 숙소인 MOSSONE호텔에 도착하였다. 이 호텔은 장원형식의 건축물로, 거대한 모래언덕 아래 오아시스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거대한 사막 한가운데 작은 호수 같은 오아시스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일행은 각자 호텔방에 짐을 푼 후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는 3대의 버기카에 분승하여 울퉁불퉁한 사막의 구릉으로 올라갔다. 일행은 바람에 날리는 모래먼지 때문에 전원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버기카가 급경사를 급히 내려갈 때는 탑승자 전원이 자동적으로 외마디 소리를 질러댄다. 갑자기 모래바람이 세차게 몰아치자, 내 옆에 앉은 승객이 옆에 놔두었던 잠바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조금 후에는 쓰고 있던 내 모자도 휑하니 날아가 버린다.
버기카 운전수가 차를 세우더니 샌드보드를 가져온다. 우리 일행은 샌드보드에 올라타는 방법과 주의사항을 들은 후 각자 순서대로 샌드보드에 엎드려 급경사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샌드보드는 예상했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게 스릴을 즐길 수 있어서 모두들 대만족이었다. 일행은 모래언덕 한 가운데 위치한 오아시스를 에워싸고 형성된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이곳에서는 모래언덕 넘어 해가 지는 아름다운 일몰을 관측할 수 있다. 삭막한 모래언덕에서도 일몰의 아름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모두들 모래먼지를 뒤집어썼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2.29(월)
아침9시 PARACAS로 향발예정이었으나, 버스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이를 해결하느라고 40분 늦게 출발하여 아침10시가 되어서야 PARACAS항구에 도착하였다. 일행은 항구에서 보트를 타고 페루의 갈라파고스로 알려진 BALLESTAS섬으로 향하였다.
우리 배가 바다로 향해 달리자, 수백 마리의 가마우지 떼가 갑자기 우리 배가 있는 쪽으로 날아든다. 마치 우리 일행의 BALLESTAS섬 방문을 축하해주는 행사 같다. 배가 바다를 향해 더나가자, 좌측에 섬이 나타난다. 이 섬에는 황토색 절벽에 거대한 촛대모양의 지상화가 있다. 과거 등대가 없던 시절에 배들의 입항을 안내하는 표적이었거나 또는 민속신앙적인 유적일 것 같다.
갑자기 선장이 빠른 속력으로 BALLESTAS섬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보트와 파도가 부딪혀 생긴 물보라가 배의 후미를 덮친다. PARACAS항구를 출발한지 40분 만에 BALLESTAS 섬에 도착하였다. 선장이 섬을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코끼리바위를 비롯한 돌섬의 특이한 모습이 방문객의 시선을 당긴다. 약60종 100만 마리의 해양 동물이 서식하는 이 섬에는 ‘구아노’라는 새똥으로 덮여 마치 흰색의 바위처럼 보인다. 구아노로 덮인 바위로 배가 다가가자, 새똥냄새가 역겹다. 페루정부에서는 ‘구아노’를 채취하여 비료로 만들어 수출한다고 한다.
BALLESTAS섬 꼭대기에는 셀 수도 없는 엄청난 양의 검은 가마우지 떼가 몰려있고, 몽돌해변에는 수백 마리의 물개 떼가 모여 꺽꺽 울어대는 소리가 요란하다. 우리 보트 주변에는 어미물개가 새끼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이외에도 갈매기, 페리칸, 훔볼트펭귄 등 각양각색의 조류들을 볼 수 있다. BALLESTAS섬은 과연 해양생물의 천국임에 틀림없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보트가 PARACAS항구를 향해 뱃머리를 돌린다. 귀항하는 배가 빠른 속도로 달리자, 물보라가 뱃전으로 마구 날아든다. 바닷물이 입안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머리부터 발까지 온몸을 적신다.
PARACAS항구에 도착한 일행은 점심식사 장소인 EL CHE로 이동하였다. 식당입구에는 부리의 길이가 30cm를 넘는 페리칸 2마리가 서성댄다. 집에서 키우는 닭처럼 식당식구들과 한집에서 어울려 사는 것을 보니 야성을 상실한 것 같다. EL CHE에서 제공하는 해산물 음식은 워낙 싱싱해서 레모네이드를 뿌려먹으니 맛이 대단하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PARACAS국립공원의 ‘붉은해변’(PLAYA ROJA)으로 이동하였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붉은 돌이 해안을 덮고 있어 붉은색을 띄고 있다. 강풍에 밀린 파도의 흰색 물보라가 붉은색의 해안을 덮치는 모습이 장관이다.
잠시 후 인근의 LA CATEDRAL로 이동하였다. 이곳은 아름다운 바위의 모습을 성당에 비유하여 이름을 붙였으나, 안타깝게도 지진 때문에 해안의 절벽과 연결되는 다리부분이 부서져내려 예전의 아름다움을 상실하였다.
일행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리마로 향하였다. 그러나 리마톨게이트에 도착하니 극심한 차량정체 때문에 저녁식사장소인 ‘대장금’까지 무려 1시간30분이나 소요되었다. 일행은 오랜만에 한국음식으로 배부르게 먹고, 리마로 돌아오는 도중 길가에서 구입한 망고를 디저트로 먹으며 모처럼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3.1(화)
아침6시에 기상하여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06:30 리마공항으로 향하였다. 공항에 도착하니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CUZCO로 가는 각국의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체크인을 한 후 공항보안검색대를 통과하니 아직도 출발까지는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페루의 은제품을 파는 상점이 있어 페루방문 기념으로 혜주엄마에게 은제브로치를 선물하였다.
리마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약1시간 후 CUZCO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KBS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길선생이 가이드로 대기 중이다. 길선생의 CUZCO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최근 CUZCO에서 한국자동차가 호평을 받고 있으나, 중국자동차가 한국자동차의 절반가격으로 도전하고 있단다. 이곳 CUZCO에는 약20여명의 교포가 거주하고 있는데, 대부분 신부와 선교사들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공항에서 곧장 주페루볼리비아영사관으로 가서 입국비자신청을 한 후, 길선생이 운영하는 한식당인 ‘사랑채’에 도착하였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로 점심식사를 한 후, 아르마스광장으로 나가 CUZCO 시내관광을 시작하였다.
대성당으로 들어가니 최후의 만찬 그림이 걸려있는데, 우측 하단의 인물이 피사로라고 한다. 그리고 성당내부에는 예수님의 신체를 검은 색으로 표현한 조각품도 있다. 이어서 태양의 신전인 꼬리깐차의 아름다운 석조정문, 종교박물관의 12각형 돌, 수녀수도원 등을 둘러본 후 CASA ANDINA호텔에 투숙하였다.
이곳 CUZCO는 해발3,360m로 고산증세를 느끼게 한다. 머리가 띵한 것이 뱃속도 부글거린다. 내가 살던 해발2,300m의 멕시코시티에 비해 CUZCO의 고산증세가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CUZCO의 밤은 섭씨5도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호텔방에 비치된 전기난로 2대를 가동한 후 잠에 빠져들었다.
3.2(수)
아침9시 CASA INDINA호텔을 출발하여 잉카제국의 석조 건물로 유명한 삭사이와망을 향해 출발하였다. 이곳 삭사이와망은 1350년부터 짓기 시작하였는데, 약2만5천명의 인원이 동원되어 90년에 걸쳐 축조한 성이다. 건물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고지대는 퓨마의 머리 부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삭사이와망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안데스산맥의 만년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잉카의 거대한 석벽을 비롯한 각종 건축물 등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게다가 삭사이와망 일대의 각종 야생화들은 삭사이와망의 품격을 한층 빛나게 한다. 다만 고지대이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띵한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일행은 삭사이와망을 내려와 ‘성스러운계곡’에 위치한 MORAI농업시험장으로 향하였다. 안데스산맥의 거대한 산봉우리들을 보면서 노란 유채꽃과 보라색 감자꽃이 만발한 평원을 지나 MORAI농업시험장에 도착하였다. MORAI농업시험장은 깊게 파인 분지에 로마의 원형경기장이 들어선 형상이다. 이곳은 계단식농법으로 250가지 농산물을 시험재배하고, 품종을 개량하여 다량의 농산물을 생산함으로써 왕권확립에 기여하였다고 한다.
농업시험장을 빠져나와 MARAS염전으로 향하였다. 계곡을 흘러내리는 염수를 작은 수로를 통해 4천여 개의 소금밭으로 흘러가도록 하여 소금을 생산하는 현장이다. 급경사의 계곡을 깎아 만든 2평 남짓한 소금밭들을 4백 명의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생산한다. 염전에 갇힌 염수는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햇볕으로 말라붙어 흰 색의 소금으로 변하게 된다. 이곳의 소금은 쓴맛이 없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염전을 조심스럽게 걸어 내려가 점심식사 장소인 TUNUPA식당에 도착하였다. 잉카음악이 잔잔히 울려 퍼지는 식당 전면에는 우루밤바 강물이 힘차게 흘러간다. 뷔페식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정원에 2마리의 앵무새가 알이 굵은 잉카옥수수를 발로 돌려가면서 주둥이로 뜯어먹는 모습은 마치 사람이 옥수수를 뜯어먹는 것 같다.
TUNUPA식당을 출발하여 숙소인 PAKARITAMPU호텔에 도착하였다. 2층의 별장모양을 한 호텔은 산속의 정원 같은 느낌을 준다. 호텔체크인 후 내일의 잉카트레일 트레킹과 관련한 채이사의 설명을 들었다. 저녁식사 후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히니 곧장 잠에 떨어졌다.
3.3(목)
아침 6시30분 PAKARITAMPA 호텔을 출발하여 인근의 오얀따이땀뽀 역에서 기차에 승차하였다. 기차의 천장은 좌우 가장자리를 유리로 제작하여 우루밤바 강변 좌우로 솟아오른 수천 미터 높이의 산봉우리들을 쉽게 조망할 수 있게 해놓았다.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있고, 높은 산봉우리들은 만년설로 덮여있다. 우루밤바 강변의 밭에는 글라디올러스, 호박꽃 등이 피어있고, 옥수수밭 가장자리에는 선인장들이 긴 꽃대를 내밀고 있다.
08:30 잉카트레일이 시작되는 CHACHABAMBA(해발2,250m)에 도착하였다. 페루의 태평양 연안은 건조한 사막성 기후인데 반해, 이곳 우루밤바강 주변의 산들은 풍부한 수량으로 녹색의 세상이다. 열차에서 내려 잉카트레일로 들어섰다. 잉카트레일은 급경사의 고산중턱을 깎아 만든 폭1m 정도의 좁은 길이나, 바닥이 평평하여 걷기에는 편하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멋진 야생화들과 나무의 꽃들이 피어 있는 잉카트레일은 15cm크기의 지네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오두막집 같이 생긴 휴게소를 통과하여 푹포가 흘러내리는 곳에 도착하였다. 현지가이드가 붉은색의 난초류를 가리키면서 이곳 국립공원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소개한다.
두 번째 폭포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맑고 깨끗한 물이 절벽을 흘러내리고, 주변은 습지를 이루고 있다. 폭포를 통과하여 WINAY WAYNA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약120명의 주민들이 살았던 고산지대 마을이다. 우리나라 남해의 다랭이논을 연상시키는 밭들이 급경사의 고산지대에 계단같이 펼쳐져 있다. 해발2,650m의 거대한 산중턱에 관개수로까지 갖춘 계단식 밭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계단식 밭의 최상단부분에는 원형의 태양신전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을 통과하여 산장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과거 농업기술학교가 있었던 곳이나, 지금은 폐쇄되어 등산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일행은 이곳에서 현지가이드들이 만들어준 끼위차(QIWICHA) 볶음밥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좁쌀 크기의 곡류로 만든 볶음밥인데, 부드럽고 맛이 괜찮다.
세 번째 오두막집을 통과한 후, 가까운 돌계단을 올라 잉카트레일 중 가장 높은 장소인 인티풍쿠(해발2,700m)에 도착하였다. 일행은 이곳에서 30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눈 아래 펼쳐지는 마추피추(늙은 봉우리) 유적과 와이나피추(젊은 봉우리)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한껏 즐겼다. 오늘 엄청나게 땀을 흘리고, 고산의 갑갑한 증세를 이겨낸 보람을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인티풍쿠를 내려와 버스승차장으로 향하였다. 마추피추 유적관광은 내일 구경하기 때문에 버스에 승차하여 산 아래 숙소인 CASA ANDINA호텔로향하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3.4(금)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마추피추에 도착하였다. 1911년 빙엄이 발견한 마추피추는 당시 약400명의 잉카인이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들의 행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우리는 현지가이드의 안내로 마추피추 유적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돌로 지은 잉카인들의 주거지역, 비의 신전, 콘돌신전 등을 둘러본 후, 와이나피추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대다수 인원은 급경사의 와이나피추 정상으로 향하고, 우리 내외를 포함한 7명은 잉카다리로 향하였다.
잉카다리는 어제 올라갔던 인티풍쿠와 마추피추 유적지를 연결하는 도로와는 별도로 마추피추 절벽에 건설한 좁은 통로이다. 잉카다리는 길이 워낙 위험하여 지금은 통행을 금지시켜 놓은 상태이다. 우리는 잉카다리 입구까지 올라갔으나 길을 막아놓았기 때문에, 절벽위의 잉카다리를 바라보면서 잉카인들의 돌 다루는 솜씨에 감탄하였다.
잉카다리를 둘러본 후 마추피추 유적지로 다시 내려와 태양의 신전, 물의 신전, 대지의 신전을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호텔인근의 FORTALEZ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알파카고기, 숭어, 소고기, 버섯 등 다양하게 주문하여 점심식사를 하였다. 음료수는 보라색옥수수로 만든 CHICHA MORADA라는 전통음료를 주문하였다. 보리로 만든 CUSQUENA맥주가 눈에 들어왔으나, 두드러기 약을 먹는 관계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식사 후에는 인근의 시장에서 구입한 복숭아, 파파야, 리몬으로 후식을 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숙소인 호텔로 가서 다른 조와 재합류하였다. 14:20 오얀따이땀뽀로 돌아가는 기차에 올랐다. 열차 안에서 젊은 남녀모델이 관광객을 상대로 알파카의류를 판매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한다. 오얀따이땀뽀에 도착한 일행은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CUZCO로 돌아와 HILTON 호텔에 투숙하였다. 또다시 고지대인 CUZCO로 올라오니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고산증상을 느끼게 된다.
3.5(토)
08:30 힐튼가든 호텔을 떠나 CUZCO공항으로 향하였다. 11:10 CUZCO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시간 후 JULIACA공항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페루 동남부의 PUNO라는 도시인데, 티티카카호수를 사이에 두고 볼리비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
공항을 빠져나와 PUNO시 중심가에 위치한 페루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담당자가 이곳은 해발3,827m의 고지대이므로 식사는 간단히 요기하는 정도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함에 따라 우리는 식사를 거의하지 않았다. 대신 고산증세에 효과가 있다는 코카차를 마셨다. 찻잔에 코카잎을 몇 장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니 코카의 향기가 편하게 느껴진다.
식사 후 티티카카호수의 섬에 자리 잡은 LIBERTADO호텔에 투숙하였다. 말로만 듣던 티티카카호수가 석양에 아름다운 모습을 과시한다. 티티카카호수는 우리나라 충청남북도를 합한 크기의 초대형 호수이다. 티티카카호수 일대는 잉카제국의 탄생을 유도했던 티와나쿠 문명이 번성하였던 곳이다. 오늘은 CUZCO보다 해발400m가 더 높은 고지대에서 숙박하는 점을 감안하여 호텔방에서 밀린 빨래를 한 후 일찌감치 잠에 빠져 들었다.
3.6(일)
아침 6시30분 호텔을 출발하여 PUNO시 선착장으로 이동하였다. 일행은 선착장에 대기 중인 2대의 보트에 분승하여 티티카카호수 탐방에 나섰다. 현지가이드인 ANGEL이 티티카카호수 지도를 펼치더니 장황한 설명을 시작한다. 티티카카호수 주변에는 원래 PUKARA와 TIWANAKU문명이 발달하였다. 그러나 남부에서 AYMARAS문명이 북상하자, 이들을 피해 CUZCO로 이동하여 잉카문명을 탄생시켰다면서 잉카문명의 원조임을 은근히 자랑한다.
티티카카호수는 원래 바다였으나, 지층의 변화로 호수가 되었으며, 오랜 세월을 거쳐 담수호로 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1리터당 1그람 정도 미량의 염기가 있기 때문에 농사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곳 티티카카호수에는 전에부터 CARACHI라는 멸치만한 크기의 생선이 서식하고 있으나, 지금은 북미산 숭어와 아르헨티나산 PEJEREY 생선을 양식하여 식재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보트가 수면위로 1m이상 자란 TOTORA라는 수초들 사이를 통과하여 티티카카호수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하자, 현지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티티카카호수 일대에는 알파카, 라마, 피구냐, 구아나꼬 등 4가지 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피구냐의 털이 가장 우수하다고 한다.
보트는 1시간30분후 TAQUILE 섬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드넓고 잔잔한 티티카카호수의 푸른색 수평선과 평행선을 이루면서 흰 구름이 떠있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보트에서 하선하여 TAQUILE섬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르막길은 붉은 사암을 깔아놓아 걷기에 편하다. 함께 걷던 현지가이드 ANGEL이 길가의 풀을 뜯더니 냄새를 맡아보라면서 건넨다. 풀의 냄새를 맡아보니 향긋하고 편안해진다. ‘무냐’라는 풀인데, 고지대의 숨찬 증세를 완화시킨다고 한다. 길가에 피어있는 붉은색 야생화는 이곳에서 신성한 꽃으로 여기는 ‘깐뚜따’이다.
TAQUILE섬의 중심지인 ARMAS광장에 도착하였다. 낡은 성당이 있는 이곳 ARMAS광장은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티티카카호를 조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ARMAS광장을 둘러본 후 섬의 하단부에 위치한 ‘JULIA WASI’식당으로 내려갔다. 일반 민가에 식당 상호만 붙여놓았다. 잠시 후 페루사람들이 옥수수보다 즐겨 먹는다는 끼노아(QUINOA)수프, 오믈렛, 송어구이 등을 내어온다. 모두들 음식 맛을 보더니 기대이상이라면서 좋아한다. 게다가 식사 후 동네사람들이 민속공연까지 서비스하는 통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었다.
일행은 보트에 승선하여 PUNO로 돌아가는 도중 FLOATING ISLAND로 알려진 UROS섬에서 하선하였다. UROS섬은 AYMARAS족들이 TOTORA라는 수초를 이용하여 물에 떠있는 집을 지어 사는 곳이다. 티티카카호에는 약2천명의 주민이 이와 같이 수초로 호수에 떠있는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이들은 호수에 2-3m크기로 자라는 TOTORA수초를 잘라 이를 엮어서 호수 위에 초가집을 지어 무리를 이루며 산다. 우리는 TOTORA로 만든 배를 시승한 후, 타고 왔던 보트에 올라 PUNO항으로 귀환하였다. 이제 내일이면 10일간의 페루여행을 마치고 볼리비아로 이동하는 날이다.
2. 볼리비아여행
2016.3.7(월)
오늘은 페루관광 마지막 날이다. 08:30 호텔을 출발하여 페루/볼리비아 국경으로 향하였다. 넓디넓은 고원이 온통 휴경지이다. 국토가 작은 우리 입장에서는 빈 땅을 놀리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도로 우편에 작은 마을 입구에 빨간 모자를 쓴 여인들이 하수구 정비 사업에 동원되었다. 현지가이드 말에 의하면, 혼자 사는 여자들을 지원하는 국가시책이란다. 잠시 후 도로 왼쪽으로 광활한 티티카카호수가 펼쳐진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숭어양식장이 널려있다. 호수 뒤편으로 저 멀리 CORDILLERA ORIENTAL(동쪽산맥)과 CORDILLERA OCCIDENTAL(서쪽산맥)이 흰 눈이 덮인 채 아름다운 모습을 과시한다.
드디어 페루/볼리비아 접경지역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리니 광장 좌우에 환전상 20여명이 작은테이블을 놓고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페루에서 쓰다 남은 돈을 볼리비아 돈으로 환전하였다. 다리를 건너 볼리비아 이민국 건물로 들어가니, 개 한 마리가 드러누워 잠을 자고 있는가하면, 노인여자가 구걸을 한다. 볼리비아가 페루에 비해 가난한 삶을 살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우리는 입국비자를 받고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랐다. 버스 내부가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하니 에어컨이 고장 났다는 답변이다. 볼리비아는 페루보다 1시간 빠르기 때문에 시계바늘을 1시간 앞으로 조정하였다. 약1시간 후 버스는 티와나쿠 유적지입구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유적지 인근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철조망으로 담이 쳐진 유적지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강한바람이 부니 흙먼지가 휘날린다. 온통 황토로 덥힌 유적지 주변에 굵게 자란 엉겅퀴의 보라색 꽃이 유난히 돋보인다. 현지가이드 PABLO가 ‘태양의 문’의 조각에 대해 설명한다. 상층부분은 창조자(CREADOR DEL MUNDO), 가운데 부분은 전사, 하단은 ‘안데스 칼렌다’를 의미한다.
반 지하신전에 도착하였다. 티와나쿠 사람들은 4개의 세계(하늘, 땅, 지하, 영혼)가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티와나쿠 피라미드로 올라갔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무덤이며, 멕시코 피라미드가 태양의 신전인데 반해 이곳 티와나쿠 피라미드는 천문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추정한다. 티와나쿠 피라미드는 앞면의 석조부분만 조금 남아 있고, 대부분 황토언덕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티와나쿠 유적지와 주변의 작은 박물관들을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볼리비아 수도인 LA PAZ로 향하였다. 버스가 해발4,125m 지점에 도착하여 잠시 정차한다. 이곳은 CIUDAD DEL ALTO라는 곳인데, 아래로 LA PAZ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LA PAZ에서 CIUDAD DEL ALTO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올 수 있다. 일행은 각자 사진 촬영 후 버스에 승차하여 LA PAZ 중심가의 CAMINO REAL아파트호텔에 투숙하였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고산증세가 심하지 않은 것을 보니 그동안 고산지대에 많이 익숙해진 모양이다.
3.8(화)
오늘은 볼리비아 동부의 아마존상류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7시 아파트호텔을 출발하여 비행장에 도착하였다. 라파스에서 루레나바께로 가는 비행기는 19명밖에 탈 수 없는 소형비행기이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2팀으로 나누어 탑승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막상 비행장에 도착하니, 기상이 악화되어 비행기 출발이 오전 내내 지연되었다.
다행히 기상이 호전되어 1팀은 11:30 비행장을 출발하였으며, 2팀은 동 비행기가 돌아와야 갈 수 있기 때문에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루레나바께로 출발하였다. 1시간을 비행하여 루레나바께 공항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1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일행은 짚차 4대에 분승하여 SANTA ROSA로 향하였다.
루레나바께에서 우리를 마중한 현지가이드 JOSE(35세)는 자기 고조할아버지가 한국인이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멕시코 애니깽 후손으로 추정된다. 차량은 루레나바께 공항을 출발하여 비포장도로를 시속40km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고산지대에서 평지로 내려왔기 때문에 가슴도 편하고 공기도 맑아 기분이 좋았으나, 맞은편에서 차가 통과할 때면 흙먼지로 시야가 안보일 정도이다.
우리가 탄 차량은 2시간을 달린 후 SANTA ROSA에 도착하였다. SANTA ROSA는 인구7천명의 작은 마을인데 비해, 37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부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운전기사가 갑자기 차를 세워 밖으로 나갔더니, 나무늘보가 느린동작으로 나무를 내려오고 있다. 운전기사에 의하면, 나무늘보가 배변을 위해 땅으로 내려오면, 퓨마가 기다리고 있다가 나무늘보를 잡아먹는다는 말에 모두들 웃었다.
PAMPAS DEL YACUMA공원에 도착하였다. 1인당 150불을 지불하고, 3대의 보트에 분승하여 우리 숙소가 있는 CARACOLES ECOLODGE에 도착하였다. 지정된 숙소에 들어가니 창문은 유리창이 아니라 모기장 만드는 천으로 막아놓았고, 침대 위에는 대형모기장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는 국내에서 출발할 때, 지카바이러스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모두들 모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저녁식사 후 현지가이드인 JOSE가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러 가잔다. 우리는 서울에서 미리 구입한 방충망 옷을 입고, 모기 퇴치제도 뿌린 후 강가로 나가 3대의 보트에 나누어탔다. 잔잔한 강물 위를 보트가 이동하자,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의 찬란한 아름다움은 달려드는 모기떼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강가의 수풀 속에서 반짝이는 악어류 ‘까이망’의 눈빛은 섬뜩하였다. 평생 처음으로 보는 은하수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고 숙소로 돌아와 모기장 속으로 들어갔다.
3.9(수)
아마존의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6시 기상하여 방충망 옷을 입고 강가로 나갔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강변에는 각종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고, 인근의 목장에서 방목하는 소들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운다. 안내인들이 일행을 강가에 정박한 보트에 태우더니 일출 보는 장소로 배를 몰아간다.
그런데 어제 밤 은하수를 보러 강에 나왔을 때는 모기가 많지 않았으나, 이른 새벽 강가의 수초는 모기들의 숙소인 모양이다. 방충망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려드는 모기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방충망 옷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저 안 입은 것보다 낫다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
보트는 약 1시간을 달려 우측 강변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우리는 수초를 헤치고 강둑에 올라 일출을 보는 장소로 걸어갔다. 마침 해가 아마존 밀림 위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약간의 구름이 덮여 있었으나, 아마존의 일출을 감상하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다만 극성으로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우리는 곧장 발길을 돌려 보트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마도 평생에 이와 같은 모기의 공격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침식사 후 강가의 각종동물 탐방을 위해 보트를 타고 강 상류로 이동하였다. 수면 위로 등판을 드러낸 돌핀이 분홍색을 띄고 있다. 원래 바다동물이던 돌핀이 오랜 세월 민물에 살면서 색깔이 변하였다고 한다. 아마존 상류의 돌핀은 악어류인 ‘까이망’도 두려워하는 아마존의 대장이다.
강변에는 분홍색 플라맹고와 흰색의 백로 떼가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우리의 왜가리보다 몸체가 훨씬 큰 ‘망구아리’는 생선, 뱀, 개구리 등을 잡아먹고 산다고 한다. 그 외에도 공작의 머리 깃을 닮은 ‘새레레’, 가마우지를 닮은 검은색의 ‘또르모랑’, 대형백로인 ‘가르사’ 등 아마존강 상류 유역은 열대 동식물의 천국이다.
이곳 SANTA ROSA의 강 유역은 주민들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 중요한 생업이었으나, 목축업이 발달된 이후에는 물고기를 잡지 않으므로, 강 유역에 사는 동물들에게는 더욱 좋은 환경이 되었다고 한다. 약1시간 반 상류로 올라가니, 좌측 강가에서 ‘까이망’ 2마리가 맹렬히 싸우고 있다. 서로 영역다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곳 ‘까이망’은 몸체가 2m를 넘지 않는 작은 악어 크기이다.
보트는 방향을 되돌려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안내인이 원숭이 떼를 발견하고 배를 강가로 댄다. 작은 강아지 크기의 원숭이 떼 20여 마리가 꽥꽥 소리를 지르며 난리이다. 머리는 까만색이나, 몸체는 노란색이다. 우리 보트가 강둑에 닿자, 원숭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보트 위에도 올라온다. 지금까지 본 원숭이 중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 종류이다. 안내인에 의하면, 이 원숭이 종류는 암놈이 대장이라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암놈 대장 등에는 어린 새끼가 바짝 달라붙어 있다.
숙소로 돌아와 점심식사 후 오후에는 강에서 낚시와 수영을 하도록 되어 있으나, 워낙 피곤한데다 아침 모기떼의 공격이 생각나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몇 시간 후 낚시 갔던 동료들이 돌아와 생선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으며, 강물이 맑지 않아 수영도 생략하였다면서 투덜거린다. 오늘은 아마존의 생태환경을 둘러본 것만으로도 만족해야한다.
3.10(목)
오늘은 라파스로 돌아가는 날이다. 새벽 빗소리에 밖에 나가 보니 운동화가 온통 젖어있다. 운동화 내부의 빗물을 쏟아버리고 방안에 들여놓았다. 순간 라파스에서 루레나바께로 올 때 비 때문에 비행기가 늦게 출발한 것이 생각나면서 오늘 라파스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아침식사 후 나는 자기의 고조부가 한국인이었다는 호세를 불러 방충망 옷을 선물로 주었더니 아주 좋아한다. 우리는 짚차에 분승하여 루레나바께 비행장을 향해 달렸다. 비에 젖은 비포장도로가 이곳저곳 물이 고여 있다. 걱정했던 날씨는 유감스럽게도 루레나바께에 도착할 때까지 비가 그치질 않는다. 우리는 점심도 생략한 채 공항대기실에서 대기하였다.
우리 일행 중 스페인어가 가능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서 공항의 책임자에게 우리일행이 내일 우유니로 가야하는 사정을 설명하고, 가능한 라파스행 좌석수를 늘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처음에는 비행기 좌석을 4개밖에 줄 수 없다던 공항책임자가 나중에는 11개의 좌석을 배정하면서 오늘은 이 비행기 한편만 운행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를 안내하는 담당자가 여성들을 비행기로 보내고, 남자들은 승용차를 임대하여 라파스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나더러 비행기로 이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통역과 호텔체크인 등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기에, 일행 중 고령인 남자 1명과 함께 여성들을 인솔하여 비행기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러나 비행기에 탈 수 있는 인원이 11명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행 중 젊은 여자분 3명이 스스로 양보하여 남자 일행과 함께 승용차편 이동하기로 하였다.
오후5시30분 우리 일행 11명을 태운 비행기가 공항을 출발하였다. 나머지 일행은 내일 라파스 도착시간을 보아 호텔 또는 공항에서 만나기로하고, 3대의 차량에 분승하여 라파스를 향해 출발하였다. 비행기로 이동한 우리 팀은 라파스에 도착하여 한국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CAMINO REAL아파트호텔에 투숙하였다. 그러나 차량 편으로 돌아오는 나머지 일행이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질 않는다. 나는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시 눈을 붙였다.
3.11(금)
새벽5시 눈을 떠 호텔로비로 내려갔더니 아직도 나머지 일행이 도착하지 않았다. 우리는 나머지 일행이 우유니출발 비행기시간 전까지는 라파스공항에 도착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호텔 측이 아침식사 대신 준비한 도시락 21개를 수령하여 공항으로 향발하였다. 나는 만약 승용차편 라파스로 향하는 일행이 비행기시간에 맞추지 못할 경우 모든 일정이 엉망이 될 것을 생각하니 아득하다. 차량 편 이동하는 일행들이 비행기 출발시간 내 무사히 귀환하도록 조용히 기도하였다.
라파스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체크인하는 줄에 서서 기다렸다. 잠시 후 승용차편 루레나바께를 출발한 일행들이 공항에 도착하였다. 밤새도록 안데스 산맥을 넘어 450km구간을 12시간동안 달려오느라고 얼굴들이 초췌한 모습이다. 오는 도중의 에피소드를 들으니 차량 중 한 대가 개울에 빠져 약 1시간가량 지연되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모기와 악천후로 얼룩진 아마존상류 탐방을 마치고, 예정대로 08:10 소금사막으로 유명한 우유니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1시간 후 우유니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7대의 도요타 찝차에 분승하였다. 우유니의 장터와 소금공장을 둘러본 후 정오경 CRISTAL SAMANA소금호텔에 도착하였다. 이 호텔은 건물 내부는 물론 외장을 비롯하여 침대바닥에 이르기까지 소금벽돌로 지은 건물이며, 해발3,600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도요타차량에 분승하여 소금사막 탐방에 나섰다. 170km x 150km의는 엄청난 규모인 소금사막은 지층변화로 인하여 내륙에 갇힌 바닷물호수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각종 광물질과 섞여 소금사막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소금 사막 하단부분은 염기가 높은 소금물이다.
차량에서 내린 일행은 소금사막을 거닐며 사진촬영에 나섰다. 소금사막 자체가 4천 미터에 가까운 고지대인 만큼 푸른 하늘아래 흰 구름이 지평선과 거의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특이한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한사람이 손바닥을 펼치고, 다른 사람이 10보 가량 뒤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뒤에 서있는 사람이 마치 앞사람의 손바닥에 올라앉은 것 같은 영상이 만들어진다.
다시 차량에 탑승하여 호수의 중앙에 위치한 선인장섬(ISLA INCAHUASI)으로 이동하였다. 차에서 내려 섬 정상을 향해 걸었다. 대형 선인장들이 섬을 덮고 있는데, 흰색과 노란색의 작은 가시들이 선인장 몸체에 부드러운 옷을 입혀놓은 것처럼 보인다. 섬의 상층부분은 옛날 바다 속의 산호석과 화강암이 한데 섞여 아치 모양의 바위모양을 이루고 있다.
선인장섬을 내려와 이곳 소금호수의 최초 호텔이었던 소금호텔로 이동하였다. 시설이 낙후되여 지금은 식당과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소금호텔 주변에서는 년1회 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일행은 다시 차량에 탑승하여 소금사막의 일몰을 관찰하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그런데 이곳은 흰색의 소금사막이 아니라, 푸른 호수위로 자동차가 질주한다. 안내인의 설명에 의하면, 소금사막의 표피 중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호수물이 소금사막 위를 5-10cm 덮고 있기 때문에 멀리서보면 마치 자동차가 호수 위를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우리는 소금사막의 지평선 너머로 붉게 내려앉는 태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3.12(토)
오늘은 볼리비아 남부의 알띠플라노 고원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9시 일행을 태운 7대의 짚차는 우유니 시내중심가로 가서 휘발유를 채우고, 여분의 통에도 휘발유를 가득 채우기 위해 주유소를 찾아갔다. 오늘은 약8시간 장거리 주행을 하기 때문에 충분한 휘발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동안 우리일행은 우유니시장을 둘러본 후 인근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일행 중 한사람이 그동안 상호간에 자기소개를 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여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유를 마친 차량들이 돌아와, 일행은 다시 차량에 분승하여 남쪽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소금사막 주변의 산들이 마치 바다위의 섬처럼 보인다. 이것은 땅을 덮고 있는 희색의 소금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어느 곳에서도 체험해보지 못한 특이한 경험이었다.
차량이 해발3,800m의 알띠플라노 고원지대로 올라가자, 가끔 마주치는 반대편의 차량 때문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게 된다. 비포장도로 좌우 들판에는 땔감으로 사용한다는 키 작은 잡목만 엉기성기 널려져 있을 뿐이다. 간혹 이곳사람들이 주식으로 사용하는 ‘키누아’농장과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야생야마가 보이는 정도이다.
일행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잠시 SAN CRISTOBAL마을 유료화장실에 들렀다가 CULPNA 마을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한 후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가 ‘바위의 계곡’(VALLE DE LOS ROCAS) 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붉은색의 거대한 암석들이 마치 성벽처럼 펼쳐져 있다. ‘바위의 계곡’ 안으로 들어가니, 정상부분에 암석으로 둘러싸인 호수가 있다. 호수주변의 초원에는 야마와 물새들이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황량한 고원 속에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차량은 계속해서 남쪽으로 달렸다. 도로 우측 산비탈에 웬 연기가 피어오른다. 안내자에 의하면, 키누아 농장에 침입하여 곡물을 먹어치우는 야생토끼 LIEBRE를 쫓아내기 위한 방법이란다. 야생토끼들이 연기를 보면, 사람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키누아농장에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후5시 암벽아래 자리 잡은 동굴호텔(JARDIN DE MALLKA CUEVA HOTEL)에 도착하였다. 총8시간이 소요된 장거리 차량이동이었다. 이곳은 해발4,200m지점인데, 그동안 고지대에서 적응한 덕분인지 예상했던 것보다는 힘들지 않다. 공기가 깨끗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감사할 일이다.
3.13(일)
오늘은 볼리비아/칠레국경을 넘는 날이다. 아침6시30분 동굴호텔을 출발하여 남쪽으로 이동하였다. 약1시간30분 후 CAPINA에 도착하였다. 나무도 전혀 없는 황량한 알띠플라노 고원에 진흙으로 지은 조그만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았다, 우리나라 60년대 시골화장실을 상기시킨다.
다시 차량에 탑승하여 약30분을 달려 해발4,350m지점에 위치한 꼴로라다호수(LAGUNA COLORADA)에 도착하였다. 이 높은 고원지대에 분홍색 플라멩코 수백 마리가 움직이지도 않고 조용히 물위에 서있다. 적막한 고산의 호수에 이렇게 아름다운 플라멩코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안내인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 플라멩코는 3가지로 분류된다. 다리가 노란 FLAMENCO ANDINO, 무릎이 빨간 FLAMENCO CHILENO, 다리가 붉은FLAMENCO JAMES 등이다. 플라멩코의 몸체가 분홍색을 띄는 것은 호수에 사는 분홍색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볼리비아의 고원지대에서 생산되는 붕산을 칠레로 수송하기 위해 건설한 도로를 달려 오전10시 FAUNA ANDINA EDUARDO AVAROA국립공원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해발4,990m지점에 진흙이 부글부글 끓고 유황가시가 뿜어져 나오는 간헐천(GEISER SOL DE MANANA)이 있다. 얼마 전 프랑스관광객이 부주의로 이곳에 빠져 희생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간헐천 주변에 펜스 등 일체의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잠시 후 SALADA호수 주변 해발4,430m지점에 있는 섭씨40도의 POLQUES온천에 도착하였다. 수영복을 입고 온천물로 들어가니 수온이 적당히 따뜻하고 편안하다.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갈색과 적색의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를 바라보는 맛은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별미이다.
온천을 나와 흰색호수(LAGUNA BLANCA)와 녹색호수(LAGUNA VERDE)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두 호수는 볼리비아와 칠레 국경지대에 이등변삼각형 모양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명한 LICANCABUR산(해발6,008m)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두 호수가 특이한 색깔을 띄는 것은 주변의 산에서 유입된 광물질로 인하여 호수의 물색이 변한 때문이라고 한다. LICANCABUR산은 인신공양을 했던 미이라가 발견된 바 있는데, 옛날 원주민들에게는 신성한 산으로 여겨졌던 산이라고 한다.
알띠플라노고원의 명소들을 둘러보고 오후2시 볼리비아와 칠레국경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해발4,500m지점인데, 세찬 바람이 불어댄다. 국경지대임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철조망이나 펜스는 찾아볼 수가 없다. 목조건물 안에 혼자서 근무하는 볼리비아 이민국직원이 입국비자를 수거하는 것이 전부이다. 우리는 볼리비아 가이드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대기 중이던 버스에 탑승하여 칠레이민국과 세관직원이 있는 건물로 이동하였다.
칠레입국수속을 마친 후 버스에 올라 간선도로로 올라오니 아스팔트포장이 되어있어 승차감이 좋다. 더 이상 비포장도로의 흙먼지를 마실 필요가 없다. 오후4시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달의계곡’으로 향하였다. 이곳은 땅바닥에 흰 눈이 덮인 것처럼 보인다. 현지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은 비가 오게 되면 흙속의 수분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염분이 지표면으로 빠져나와 말라붙게 되어 마치 흰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일행은 ‘달의계곡’ 일대를 차량을 타고 둘러보았다. 절벽이 높이 솟아오른 지역의 모습을 로마의 반원형경기장에 비유한 AMPHITEATRO, 지상에 솟아오른 돌의 모양을 3명의 마리아상에 비유한 TRES MARIAS를 둘러본 후 일몰경치를 보기위해 ‘달의 계곡’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돌출된 바위 근처에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잠시 후 해가 산위로 넘어가자, 볼리비아와 칠레의 국경지대에 독보적 존재인 LICANCABUR산이 석양에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자신의 위용을 과시한다.
3. 칠레여행
3.14(월)
아침7시30분 호텔을 출발하여 칠레북단 아따까마의 CALAMA공항으로 향하였다. 10:40 우리를 태운 LAN항공기는 CALAMA공항을 출발하여 약2시간 후 산띠아고 공항에 도착하였다.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산띠아고 시내관광에 나섰다. 야자나무들이 심겨진 ARMAS광장 중앙에는 시몬 볼리바르의 동상이 있고, 시민들은 광장의 벤치에 앉아 한가로이 햇볕을 즐기고 있다. 제법 더운 날씨여서 일행은 광장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주문하여 맛을 보았다.
이어서 대통령이 집무하는 모네다궁이 있는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이곳 ARMAS광장 모서리에 살바도르 아옌데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1973년 피노체트를 중심으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모네다궁을 공격하자, 아옌데는 ‘항복은 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관자놀이를 쏘아 자살했던 현장이다.
일행은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푼 후 산티아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PARQUE METROPOLITANO DE SANTIAGO로 향하였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우리의 남산에 비유할 수 있다. 현지가이드에 의하면, 이곳 케이블카는 15년째 수리하지 않고 방치된 채로 있다고 한다. 중남미의 느긋함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게으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공원의 정상부분에 도착하였다. 흰색의 대형 성모마리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산에 둘러싸인 분지형태의 산티아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의 공기오염상태가 우리의 서울과 유사하다. 칠레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산티아고는 수 백 만대의 차량이 뿜어대는 가스와 산티아고 인근의 공장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배출가스로 시야가 깨끗하지 못한 상태이다.
3.15(화)
오늘은 산티아고에서 칠레 남부의 PUNTA ARENAS로 내려가는 날이다. 아침9시 집합장소인 호텔로비로 내려가니 C대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다. 사연인즉 돈과 여권이 들어있는 백팩을 현지가이드에게 잠깐 보라고 맡겨두었는데, 도둑놈이 가방을 바꿔치기하여 가져갔다는 것이다.
우리일행은 예정된 비행기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므로 스페인어가 가능한 내가 인솔하여 공항으로 출발하고, 담당자는 호텔로 달려온 칠레경찰과 함께 조서를 작성한 후 새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주칠레한국대사관 영사과로 달려갔다. 담당자가 금일 중 늦게나마 PUNTA ARENAS로 합류하지 못하면 우리 일정이 엉망이 될 것이므로, 나는 주칠레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전화하여 여권발급을 가능한 신속히 처리해 주도록 부탁하였다.
우리는 11:40 산티아고공항을 출발하여 약3시간 후 PUNTA ARENAS공항에 도착하여 대기 중이던 버스를 타고 숙소인 DREAM호텔에 도착하였다. 각자 자기 방으로 올라간 후 나는 담당자가 금일 중 무사히 PUNTA ARENAS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던 중, 저녁7시30분 경 담당자가 호텔에 도착하였다는 전갈을 받고 로비로 내려갔다. 볼리비아 아마존 방문 시 악천후로 인해 비행기타는 문제로 고통을 겪은 이래 두 번째 비상상황을 겪은 것이다. 우리 일행은 담당자의 도착을 환영할 겸 호텔 인근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나머지 남미 일정이 무사히 종료될 수 있기를 기도하였다.
3.16(수)
아침9시 호텔을 출발한 버스는 파타고니아의 PEINE국립공원으로 향하였다. 광활한 평원에는 부드러운 털에 휩싸인 양떼와 말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스페인어 PAMPA(평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도로변의 커피숍인 EL PATAGON에 잠시 정차하였다. 일행들 중 용무가 급한 사람들은 화장실로 달려가고, 나는 1잔에 2천페소(한화 약3천원)하는 커피를 주문하였는데, 가격에 비해 향과 맛이 기대 이상이다.
12:30 작은 마을에 도착하여 LA PICADA DE CARLITOS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으깬 감자와 연어구이를 내어오는데 맛이 괜찮다. 그런데 볼리비아 아마존에서 모기에 물렸던 상처들이 며칠 지나자 가렵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사온 모기물린데 바르는 연고는 이미 다써버려서, 점심식사 후 마을의 약국을 찾아가 칠레산 모기물린데 바르는 연고인 CARIAMYL을 1개 구입하였다.
아직 버스 출발할 때까지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어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하였다. 이곳 상가들은 오후1시부터 3시까지 문을 닫는다. 옛 스페인의 시에스타 풍습에 영향을 받은 것도 있겠으나, 장사만큼이나 자신들의 삶도 중요시하는 사회임을 느낄 수 있었다. 볼리비아의 남은 돈을 환전하기 위해 마을의 은행을 찾아갔더니, 은행은 환전은 하지 않는다면서 거리의 환전소로 가란다. 환전소를 찾아갔더니 달러와 유로화의 환전은 가능하나, 볼리비아 돈은 취급하지 않는단다. 남미에서도 홀대받는 볼리비아경제의 현주소를 알 수가 있었다.
14:15 식당을 출발한 버스는 TORRES DE PEINE와 빙하가 보이는 도로변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유럽의 설산들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수도인 산티아고가 오염이 된 대도시인 것과는 달리 이곳은 깨끗한 공기, 만년설이 덮인 검은 산, 푸른 호수,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이 한데 어울려 파타고니아의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16:15 일행은 숙소인 CABANAS DEL PEINE호텔에 도착하였다. 호숫가에 자리 잡은 이 호텔은 해발2천미터 이상의 고봉들이 늘어선 TORRES DEL PEINE를 마주 바라보고 있다. 저녁 8시 호텔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일행은 내일 PEINE국립공원 트레킹을 기대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3.17(목)
아침에 일어나니 가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PEINE GRANDE가 구름에 휩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일행은 10:00 호텔을 출발하여 폭포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엄청난 양의 연두 빛 폭포물이 쏟아져 내린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PEINE GRANDE와 뿔 모양의 CUERNO DEL PEINE봉우리가 장관을 이룬다.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PEHOE호수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HIELOS PATAGONICOS라고 써 붙인 이 배는 약100명이 승선할 수 있다. 보트는 PEHOE호수를 가로질러 약30분 후 우리일행을 숙소인 그란데산장 앞에 내려놓았다. 이 산장에서는 부부단위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여러 명이 함께 방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나는 동료 3명과 함께 MASCARA라고 써 붙인 방을 배정받아 들어가니 2층 침대 3개가 놓여 있는 산장스타일의 방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13:15 빗속에 그레이빙하를 향해 출발하였다. LAGUNA DE PATOS라고 팻말이 붙은 지점에 도착하였다. 연두색 호수에는 빙하조각들이 떠있다. 그레이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조각들이 호수로 밀려 내려온 것이다.
현지안내인 CAMILA가 PATAGONIA와 PEINE라는 고유명사의 어원에 대해 설명한다. 아르헨티나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마뿌체‘는 자치적으로 살기를 원하는 원주민이며, ’마뿌체‘의 일파 중 대륙의 남단으로 더내려가 ’우일리체‘부족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들 원주민들은 키가 장신이어서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 이 땅에 도착했을 때 ’다리가 긴 사람들이 사는 땅‘이라는 의미에서 이곳 지명을 PATAGONIA라고 지었다. 그리고 PEINE공원은 ’우일리체‘원주민 언어로 ’푸르다‘는 의미라고 한다.
일행은 그레이빙하를 향해 계속 걸었다. 그러나 점점 강해지는 비 때문에 그레이빙하가 멀리보이는 지점에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숙소인 그란데산장에 도착하여 호텔내부를 둘러보았다. 호텔벽면에 이곳 인디안부족들의 나체사진, 나무가면, 인체를 형상화한 줄 무늬토기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작품과 자료들을 전시해 놓았다. 우리는 썰렁한 날씨 때문에 2층 복도에 설치된 장작불난로 주위에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다가 졸리는 순서대로 2층 침대로 들어가 꿈나라로 향하였다.
4. 아르헨티나여행
3.18(금)
어제 밤에는 날씨가 추워서 옷을 입은 채 잤더니 추운 줄 모르고 잘 잤다. 오늘은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의 깔라파테로 가는 날이다. 오전 중 시간 여유가 있으므로 숙소의 뒷산을 돌기로 하였다. 탐방로를 따라 돌아가니 주변의 고목들이 새카맣게 죽어있다. 현지가이드 카밀라에 의하면, 수년전 이스라엘의 한 젊은이의 실화로 수많은 나무들이 타 죽은 것이란다. 바람이 워낙 센 지역이기 때문에 피해가 상상외로 컸다고 한다.
아침 햇살이 푸른 호수를 비추고, 눈 덮인 산봉우리에는 옅은 구름이 덮여 TORRES DEL PEINE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이 대단하다. 그러나 PEINE국립공원의 단 한 가지 흠이라면, 바람이 너무 세게 분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숙소인 그란데산장 뒤편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야외텐트에서 캠핑을 하고 있는데, 세찬바람과 추위 속에서도 의연하게 밤을 지내는 것을 보면서 젊은이들의 패기가 부럽다. 이들 야외캠핑하는 젊은이들 중에는 한국의 청춘남녀들도 포함된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국력도 과거에 비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오후1시 일행은 호수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PEHOE호수를 건너 대기중인 버스를 타고 아르헨티나 국경을 향해 출발하였다. 넓은 들판에는 사슴류인 야생 ‘구아나꼬’가 뛰어다니고, 호수에는 플라멩꼬들을 볼 수가 있다. 버스가 SARMIENTO호숫가에 정차하였다. 이곳 호수 주변의 흰색토양은 오랜 세월 박테리아의 영향으로 변색된 것이라고 한다.
오후3시30분 칠레국경검문소에 도착하였다. 일행은 검문소 바로 옆에 위치한 기념품점에 들어가 남은 칠레화폐로 기념품과 과자류를 구입한 후, 검문소로 들어가 칠레비자를 반납하고 버스에 올랐다. 나는 볼리비아 잔돈을 카밀라에게 선물로 주고 작별인사를 하였다.
넓은 광야를 약20분 달리니 아르헨티나 입국심사를 하는 검문소가 있다. 일행은 버스에서 하차하여 입국사증을 발급 받은 후 초목이라고는 전혀 없는 끝없는 광야를 달려 깔라파테로 향발하였다. 버스기사가 카페테리아 앞에서 정차하였다. 거구의 아르헨티나 여종업원이 퉁명스럽기 짝이 없다. 반면 의자에 누워있는 고양이는 피골이 상접하여 여종업원과 대조를 이룬다.
오후8시 ‘깔라파테’에 도착하여 숙소인 PATAGONIA QUEEN으로 들어갔다. 이곳 호텔주인은 40년 전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한국인이다. 깔끔한 나무 바닥과 호텔 곳곳에 주인의 세심한 손길이 스며들어 있음을 느낀다. 일행은 그동안 밀린 세탁물을 비닐봉지에 넣어 호텔 프론트에 인계한 후, 호텔 주변의 아르헨티나 뷔페식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3.19(토)
오늘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명소인 PERITO MORENO빙하를 트레킹하는 날이다. 09:20 호텔을 출발하여 버스를 타고 공원에 도착, 배를 타고 ARGENTINO호수를 통과하여 빙하공원(PARQUE NACIONAL DE LOS GLACIARES)에 도착하였다. 일행은 현지가이드의 안내로 작은 차량에 옮겨 타고 모레노빙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위로 이동하였다.
차에서 내리니 약50m높이의 빙하절벽이 호수 위에 우뚝 솟아있다. 이토록 거대하고 깨끗한 빙하를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모레노빙하 좌측의 산봉우리는 손가락모양으로 뾰족하게 솟아있고, 빙하위의 무지개가 마치 우리를 환영하는 것 같다.
모레노빙하가 내려다보이는 호숫가에는 철제가교가 설치되어 있다. 철제가교를 따라 걸으면서 모레노빙하를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며 사진을 찍었다. 철제가교를 약1시간 걸은 후 식당에 도착하였다. 점심식사 후, 모레노빙하를 직접 걷기위해 호숫가 선착장으로 이동하였다. 일행은 이곳에서 67인승 배에 승선하여 모레노빙하 암벽 부근의 임시선착장에서 하선하였다.
우리는 빙하트레킹가이드들이 직접 신발 밑에 달아주는 철제아이젠을 착용한 후, 보행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모레나빙하를 오르기 시작하였다. 빙하에 직접 올라서니, 이곳저곳 얼음구멍에는 푸른색이 감돌고, 빙하 녹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안내가이드에 의하면, 모레노빙하는 하루에 10-15cm씩 호수 쪽으로 밀려난다고 한다. 이는 빙하가 계속 성장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빙하가 대부분 녹아내리는데 반해, 이곳 모레노빙하는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빙하 위를 걷고 있는데, 멀리서 천둥치는 것 같은 굉음이 들린다. 이는 빙하의 일부가 무너져 내릴 때 나는 소리라고 한다. 약2시간에 걸쳐 빙하트레킹을 마친 뒤, 현지가이드들이 제공하는 빙하얼음조각을 넣은 위스키로 오늘의 트레킹을 자축하였다.
숙소인 PATAGONIA QUEEN호텔에 도착하니, 주인아주머니가 특별히 육개장을 직접 끓여서 대접한다. 팔을 다쳐서 기브스를 한 상태에서 한국음식을 서브하는 것이 너무 감사하여 손자2명에게 과자 사먹으라고 용돈을 주었다. 식사 후에는 호텔주변을 거닐다가 귀국 후 가족모임에서 함께 맛보기 위해 ‘깔라파테’ 술을 구입하였다. ‘깔라파테’는 이곳 파타고니아의 베리 종류이다.
3.20(일)
우리 일행을 태울 버스가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여 아침10시30분이 되어서야 EL CHALTEN을 향해 출발하였다. 정오가 되어 LA LEONA커피숍 앞에서 하차하였다. 순간 세차게 부는 바람 때문에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커피숍으로 들어가니 현지가이드가 LA LEONA커피숍과 ‘내일을 향해 쏴라’ 영화와의 사연을 설명해준다. 동 영화는 실화를 영화화한 것인데, 미국의 보안관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곳 아르헨티나의 LA LEONA커피숍까지 실제로 내려왔었다고 한다. LA LEONA커피숍은 손님들에게 자기가게를 선전하기 위해 가게 내부에 ‘내일을 향해 쏴라’제하 영화 포스터를 걸어놓았다.
커피숍을 나와 버스를 타고 EL CHALTEN을 향해 출발하였다. 오후1시30분경 도로 우편의 전망대구역에 잠시 정차하였다. 이곳에서는 눈 덮인 EL CHALTEN의 위용을 멀리서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이 워낙 세게 부는 통에 카메라를 제대로 쥐고 있기 어려울 정도이다. EL CHALTEN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멋진 산봉우리인데, ‘떼우엘체’원주민어로 ‘연기 나는 산봉우리’라는 의미이며, ‘떼우엘체’는 이 산을 신성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탐사선 비글호의 선장인 FITZ ROY가 EL CHALTEN을 발견한 후에 산의 명칭을 자기 이름을 본 딴 FITZ ROY로 바꾸어 불렀다고 한다.
14:30 일행은 엘찰텐 마을의 ‘DESTINO SUR’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푼 후 인근의 아르헨티나 식당에서 소고기와 연어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모두들 이번 여행기간 동안 먹어본 현지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는 의견이다.
점심식사 후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호텔주변의 전망대로 올라가 엘찰텐 봉우리를 보기위해 출발하였다. 1시간 후 ‘MARGARITA폭포전망대’에 도착하였다. 계곡 건너편의 MARGARITA폭포는 지금은 건기여서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 상태였으나, 쎄로솔로(2,100m), 쎄로또레(3,100m), 쎄로피츠로이(3,441m)등 산봉우리들은 그 위용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주봉인 쎄로피츠로이를 에워싼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렸으나, 상층부는 끝내 보여주질 않는다. 일행은 호텔로 돌아와 내일의 피츠로이트레킹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3.21(월)
아침8시 피츠로이트레킹을 위해 버스를 타고 호텔을 출발하였다. 피츠로이트레킹 들머리지점에 도착하니 관광버스3대가 이미 도착해있다. 버스에서 내려 등산로를 걸어가는데 선명한 무지개가 하늘로 치솟아있다. 오늘의 트레킹을 축하하는 은사라 생각하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등산로를 따라 걸으니, 간밤에 내린 비덕분에 흙먼지가 전혀 일어나지 않고 공기도 깨끗하여 기분이 상쾌하다.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이곳 빙하국립공원의 수목들을 살펴보니 우리나라와 달리 나뭇잎들이 아주 작다. 현지가이드에 의하면, ‘랭가’와 ‘니래’라는 2가지 수종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한다. 빙하국립공원내 약40개의 빙하가 산재되어 있다고 한다.
맑은 계곡물과 아름다운 숲길을 통과하여 언덕에 올라서니 좌측으로 ‘엄마와아들’이라는 푸른 호수가 보인다. 두 개의 호수가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인 것 같다. 산중턱에 다다르니 온통 뾰족한 암반과 돌길로 이루어진 깔딱고개가 펼쳐진다. 붉게 단풍들어가는 나뭇잎들을 즐기며 힘든 길을 참고 올랐다.
오후1시가 되어 돌길을 오르던 우리 눈앞에 구름 한 점 없는 EL CHALTEN(FITZ ROY) 봉우리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다. EL CHALTEN 봉우리 주변의 산봉우리들은 흰색과 푸른색의 빙하로 덮여있고, 빙하가 녹아내리는 물이 산 아래 호수로 흘러든다. 칠레의 파이네국립공원 산봉우리들도 아름다웠지만, 아르헨티나 엘찰텐봉우리가 훨씬 더 아름답다. 엘찰텐봉우리가 남미대륙의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는 호텔에서 싸준 도시락을 꺼내 엘찰텐봉우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점심식사를 하였다. 실로 하늘, 산, 구름, 빙하, 호수, 강, 암석이 한데 어울려 신의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현지가이드에 의하면, 엘찰텐은 항상 구름에 가려있어 이곳 원주민인 ‘떼우엘체’족들은 활화산으로 알고 신성시하면서 가까이 근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군부수반이었던 ‘로까’장군은 ‘떼우엘체’족이 영국산 양들을 방목할 목장설치에 반대한다는 구실로 모두 살해하였다는 말을 들으니 순간 어이가 없어진다. 남미대륙의 원주민들이 원래 1억 명 이상 살고 있었으나, 3백만 명으로 줄어든 사례의 일부일 뿐이다.
일행은 엘찰텐 하산 길에 계곡의 광천수를 받아 마셔보았다. 물맛이 대단히 좋다. 이제 숙소까지 약10km를 걸어가야 한다. 오늘은 산행과 트레킹을 합해 총22km를 걸었기 때문에 상당히 힘든 상태이다. 숙소에 도착하니 몸이 피곤하여 곤죽이 되었지만, 엘찰텐의 아름다운 경치를 생각하면 피곤한 줄도 모르게 된다.
3.22(화)
오늘은 아르헨티나 남단의 우수아이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8시 호텔을 출발하여 파타고니아 평원을 달리는데, 우측으로 저 멀리 엘찰텐과 눈 덮인 안데스산맥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안데스산맥과 평행선을 이루며 떠있는 흰 구름이 안데스산맥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거대한 VIEDMA호수를 지나, 지난번 들렀던 LA LEONA커피숍 앞에서 정차하였다. 하차하여 강변으로 다가가다 모기가 달려드는 통에 화들짝 놀랐다. 볼리비아 아마존상류에서 모기에게 혼났던 마음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다.
10:40 CALAFATE공항에 도착하였다. 가방검사를 하던 보안담당관이 나의 백팩을 열어보란다. 어제 22km를 걷고 피곤한 통에 백팩에 넣어두었던 스위스제 휴대용 칼을 화물로 부치는 대형 가방에 옮겨놓지 않아 검색과정에서 걸린 것이다. 30년 이상 정들었던 물건이지만, 하는 수 없이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오후1시 아르헨티나 남단의 우수아이야 공항에 도착하여 숙소인 ALBATROS호텔에 투숙하였다. 일행은 배정받은 방에 짐만 내려놓고 우수아이야에서 대게로 유명한 음식점으로 향하였다. 2사람당 초대형 대개 1마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웠다. 살도 풍부하고 맛도 좋았다.
식사 후 인근의 해양박물관으로 향하였다. 이곳은 원래 군형무소로 사용하던 곳으로써 지구상에서 최남단의 형무소라고 한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다. 박물관을 둘러보던 중 이곳 원주민이었던 ‘야마니족’의 생활상을 소개한 사진들을 보았다. 추위에 옷도 걸치지 않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짠하다. 이 지역을 ‘TIERRA DEL FUEGO'(불의 땅)이라고 부르게 된 경위가 인상적이다. 스페인의 탐험가들이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야마니족이 곳곳에 모닥불을 피우고 사는 모습을 보고 마치 ’불의 땅‘같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박물관투어를 마친 후 혜주엄마가 스시를 먹고 싶다기에 호텔주변의 SUSHI BOARD라고 간판을 붙인 음식점으로 갔다. 스시집 주인은 일본인이 아니라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아르헨티나 사람이었다. 일식집 사장이 자신을 소개한 바에 의하면, 자신의 일본인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일식집에서 스시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스시를 사들고 호텔로 돌아가는데, 밤늦도록 우수아이야 시청사 앞에서 진을 치고 데모하는 노동자들의 외침과 노래 소리 때문에 편치가 않다. 시청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받는 보수에 세금 부과하는 것을 항의하는 집회라고 한다. 세금부과 반대보다는 차라리 봉급인상을 주장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23(수)
아침8시45분 호텔을 출발하여 ‘TIERRA DEL FUEGO’국립공원으로 향하였다. 세찬바람이 불고 추운 날씨라서 트레킹하기에 별로 좋은 날씨가 아닌 것 같다. 조금 후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혜주엄마가 비옷을 가져오지 않아 내 비옷을 입혀주고, 나는 방수잠바로 비옷을 대신하였다.
비를 맞으며 비글해협 해안가를 따라 걷는데, 현지가이드가 우슈아이아 숲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 숲의 80%는 ‘랭가’나무이며, 20%는 ‘깅도’나무라고한다. 이곳 국립공원의 나무들도 잎이 작은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비바람이 세게 부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이끼류가 풍부하다. 빠따야만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ALAKUSH센타에 도착하였다. 비바람과 추운 날씨에 시달린 때문에 따뜻한 아르헨티나식 수프와 MELBEC포도주가 잘 어울린다.
ALAKUSH센타를 출발하여 숙소에 거의 도착할 무렵, 우리 일행 중 1명이 버스에 타지 못하고 현지에 남아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C대표가 황급히 ALAKUSH로 달려가고, 우리는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잠시 후 C대표가 ALAKUSH에 혼자 남았던 1명을 데리고 호텔에 도착하여, 우리는 오후 일정인 펭귄섬에 가기 위해 부둣가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부둣가에 도착하니, 오늘 악천후라서 펭귄섬 가는 일체의 배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섬 여행이 날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국내와 해외 공통현상이다.
일행은 호텔로 돌아와 자유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호텔 안에 SPA가 있어 가보았더니 시설은 훌륭하나, 물 온도가 따뜻한 정도여서 한국인의 입맛과는 좀 다르다. 그나마 습식사우나의 수증기가 제법 뜨거워서 오늘 오전 찬바람에 시달렸던 몸을 녹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저녁식사는 C대표가 나누어준 1인당 400페소를 가지고 어제 들렸던 스시보드에 가서 사케와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3.24(목)
오늘은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동하는 날이다. 07:25 호텔을 출발하여 우수아이야공항으로 향하였다. 09:05 출발하는 아르헨티나 에어라인에 탑승하여 3시간 만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였다. 아르헨티나 남부의 썰렁한 날씨가 갑자기 더운 날씨로 변하여 잠바를 벗어버렸다.
버스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LA PLATA강변을 달리는 동안 현지가이드 BALERIA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해 설명한다. 오늘은 아르헨티나 군사쿠데타 40주년을 맞아 공휴일인 관계로 시내 차량이 한산한 편이다. 게다가 미국의 오바마대통령이 어제 아르헨티나를 공식방문한 관계로 오늘 오전에야 공항의 삼엄한 경비가 해제되었다고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1580년 항구주변의 ‘LA BOCA’지역에서 처음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4천1백만 전체인구 중 약1/3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고 있다고 한다.
‘LA BOCA’지역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초창기 이민자들이 살던 양철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골목길에는 무명화가들의 그림과 수공예품들을 파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행은 ‘LA BOCA’지역의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석쇠에 구운 각종 가지 고기류, 빵, 샐러드, 감자, 맥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식당의 강아지가 내 좌석 좌측에 앉아서 쳐다보는 눈이 애처로워 고기를 던져 주었더니 잘도 받아먹는다.
점심식사 후 ‘리골레타’공원묘지의 에비타묘소에 들렀다. 이곳 공원묘지에는 수 백 개의 호화로운 석재가족묘가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이토록 호화판인 묘소는 보지 못하였다. 아르헨티나가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군사독재체제하에서 특권층의 호사스런 생활과 부패가 주요원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골레타’ 공원묘지를 둘러본 후 숙소인 SCALA호텔로 이동하였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주변의 대로에는 시골에서 상경한 버스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시위에 참가한 군중들로 인산인해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도로의 폭이 가장 넓다는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앙차도에는 PALO BORRACHO(술 취한 막대기)라는 가로수가 분홍색 꽃들을 가득 피우고 있어 시위군중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각자 호텔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한 후, 오후8시30분 버스를 타고 탱고 춤을 공연하는 ‘LA VENTANA’로 이동하였다. 공연장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가니, 남녀댄서 한 쌍이 입장하는 손님들과 일일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사진찍는 것이 좀 언짢았지만, 로마에 가서는 로마법을 따르는 것이 옳다. 식탁에 착석하니 저녁식사가 제공되고, 어느새 댄서들과 찍은 사진을 현상하여 가져온다. 기념사진으로는 충분한 가치가 있어 15불을 지급하고 구입하였다. 어느 나라든지 상술은 무섭다.
식사가 종료될 즈음 무대에서 탱고 춤이 시작되었다. 탱고 춤은 현란한 다리의 움직임과 절도 있는 몸동작이 특징이다. 그러나 스페인의 플라멩고보다 관중에게 전달하는 감동적인 느낌은 덜한 것 같다. 탱고 춤 공연은 에비타의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마라’는 노래로 끝을 맺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에비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느꼈다.
3.25(금)
오늘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과수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식사를 하기위해 호텔 로비식당으로 내려가니 중국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중국관광객들이 있는 곳은 어디를 가든지 항상 시끄럽고 번잡하여 정신이 산만해진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를 이루는 것과 비례하는 세련된 의식수준을 갖추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10:00 부에노스아이레스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 앞을 흐르는 마치 바다 같이 큰 강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국경을 이룬다. 12:30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 후 이과수공항에 도착하였다. 일행은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새들의 공원’(PARQUE DE AVES)로 향하였다.
이과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3국의 접경지대이며, ‘새들의 공원’으로 가기위해서는 국경을 넘어 브라질로 입국해야한다. 버스가 국경에 도착하자, 가이드가 승객들의 여권을 거두어 출국 및 입국수속을 하러 간 동안, 승객들은 버스 안에서 대기하였다. 약30분 후 가이드가 출국수속을 마치고 버스로 돌아왔다. 버스가 이과수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통과하여 브라질국경에 진입하자,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와 달리 입국심사도 없이 그냥 통과시킨다. 아무리 자국의 관광산업을 위한 조치일망정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새들의 공원’에 도착하여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현란한 색깔의 온갖 열대조류들이 새장마다 손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 공원은 대부분 조류이나, 이구아나, 뱀 등 양서류도 있고, 열대식물과 꽃들도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사육되는 새들의 50%는 야생조류들 중에서 부상당한 것을 구조하여 치료한 것들이며, 43%는 공원에서 태어난 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새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쉽게 다가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4인조 원주민 가족이 민속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이들은 파라과이 원주민들이라는데, 얼굴 생김새가 아시아인과 흡사하다. 딸 2명이 부모와 함께 연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모금함에 일조하였다.
‘새들의 공원’관광을 마치고, 일행은 다시 아르헨티나 국경으로 건너와 숙소인 PANORAMIC HOTEL IGUAZU에 투숙하였다. 이 호텔이 소재하는 과라니는 인구10만의 도시로 과라니강을 사이에 두고 브라질, 파라과이와 접경을 이루고 있다. 과라니 지역에서는 과라니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3개 언어가 혼용되고 있다.
3.26(토)
오늘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프로그램이자, 우리 내외가 남미여행을 택하게 된 동기였던 이과수폭포를 보러가는 날이다. 오늘은 배를 타고 폭포 밑으로 접근하는 행사도 있다하여 우비와 여분의 옷을 챙겨 넣고 호텔을 출발하였다. 이과수는 과라니어로 ‘큰 물’이라는 뜻이다. 과라니족은 브라질 남부와 파라과이에 걸쳐 살고 있으며, 파라과이는 스페인어와 과라니어 2개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일행은 ‘이과수국립공원’에 도착하여 이과수폭포 가는 길로 들어섰다. 앞서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웅성대어 가보니 ‘꽈띠’라는 너구리를 닮은 동물 3마리가 코를 땅에 대고 냄새를 맡으며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
잠시 후 두자매(DOS HERMANAS)폭포에 도착하였다. 최근 강우량이 많아 폭포의 물이 황토색을 띄고 있다고 한다. 이과수폭포는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내려 그 장대함에서 세계 최고의 폭포이지만 안내판 설명에 의하면, 2달간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 가는 물줄기의 보잘 것 없는 폭포의 모습으로 변한 적도 있다고 적어놓았다.
폭포 밑으로 다가가는 배를 타기위해 폭포아래쪽에 있는 선착장으로 걸어 내려갔다. 구명조끼를 입고 배를 타자, 선장이 폭포수가 떨어지는 쪽으로 배를 몰아간다. 폭포에 접근하니, 하늘에서 엄청난 양의 강한 물방울이 정신없이 쏟아진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폭포의 물세례이다.
오후1시가 되어 이과수국립공원내 ‘EL FORTIN’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뷔페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석쇠로 구운 소갈비구이가 하도 맛있어 2번이나 받아왔다. 역시 아르헨티나의 석쇠구이 고기요리는 자랑할 만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과수폭포 중에서 가장 유명한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 폭포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 타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줄서있는 대기인원이 워낙 많아 기차 타는데 1시간이나 소요되었다.
‘악마의 목구멍’에 도착하니 폭포 밑바닥으로부터 거꾸로 솟구쳐 올라오는 물방울들이 마치 소나기같이 쏟아져 온몸을 적신다. 비옷을 입지 않았더라면 물독에 빠진 생쥐 꼴이 될 뻔하였다.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처음 보았을 때 엄청났던 기억이 남아 있건만, 오늘 이과수폭포를 보고나니 나이아가라폭포는 애들 장난이다. 과연 이과수폭포는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온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5. 브라질여행
3.27(일)
오늘은 부활절이다. 아내와 함께 이곳까지 여행을 허락하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과수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을 가르고 있다. 어제 아르헨티나의 이과수폭포를 본데 이어 오늘은 브라질로 넘어가 맞은편에서 이과수폭포를 감상하는 날이다. 아침식사를 하러 호텔식당으로 내려갔더니 조롱박모양의 부활절 초콜렛을 내어놓았다. 이곳은 달걀 대신 초콜릿을 이용하는 모양이다.
아침10시 호텔을 출발하여 브라질국경을 넘어 브라질의 이과수국립공원에 도착하였다. 일행은 2층 버스를 타고 이과수폭포로 향하였다. 버스의 2층은 덮개가 없는데다, 버스가 달리자 찬바람이 불어와 춥게 느껴진다. 어제 아르헨티나 이과수폭포의 ‘악마의 목구멍’ 방문 시 온통 물로 뒤집어 써 콧물감기가 든 상태라서 몸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이다.
버스에서 내려 강 건너 이과수폭포를 바라보니 어제 아르헨티나에서 느꼈던 이과수폭포와 맛이 전혀 다르다. 어제는 배를 타고 이과수폭포에 접근하는가하면, 직접 걸어서 폭포주변을 가까이 살펴보는 이과수폭포 체험의 날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폭포의 반대편 언덕에서 이과수폭포를 한눈에 내려다보니 어제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이과수폭포의 경치를 즐기면서 탐방로를 걷는데, ‘꽈띠’ 여러 마리가 서성대면서 먹이를 찾는다.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먹이를 찾는 데만 열중이다. 브라질 이과수폭포의 ‘악마의 목구멍’으로 내려가는 목조가교를 따라 걸었다. 맑은 날씨에 하늘로 솟구쳐 오른 무지개가 엄청난 양의 폭포물과 함께 장관이다. 이곳에서도 우비를 입지 않으면 온몸이 흠뻑 젖는다.
‘악마의 목구멍’에 쏟아지는 폭포물이 만드는 굉음이 대단하다. ‘악마의 목구멍’을 빠져나와 승강기 타는 곳으로 가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사진사들이 기념사진을 임의로 찍더니 마음에 들면 10불에 사라고 권유한다. 나는 이과수폭포를 다시 방문할 기회는 쉽지 않을 것 같아 혜주엄마와 함께 팔을 벌리고 만세 부르는 동작으로 찍은 사진을 골랐다.
승강기를 타고 올라와 대기 중인 2층 버스에 올랐다. 공원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브라질 이과수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이제 34일간의 남미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날이다. 화물은 인천공항까지 부치고, 승객은 브라질 상파울로공항을 경유하여 런던 히드로 공항까지 가는 비행기표를 수령하였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 후, 대한항공 A380으로 갈아타야한다. 이제 남미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일만 남았다. 여러 가지 사연들이 많았던 남미여행이었지만, 무사히 종료할 수 있게 자비를 베풀어주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